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장(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최근 조선일보, 서울신문, 연합뉴스 등 국내 주요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균관이 발표했던 차례 간소화는 근거 없이 무조건 간단하게 지내라는 뜻이 아니라 유교 경전과 성현들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내·외부의 의례 전문가들이 모인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를 이끌며지난해 9월5일 오후 2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던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에서 “유교가 오랜 세월 동안 국민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나 현대화 과정에서 형식만을 고집하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 게다가 명절이 가족 사이의 갈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현상이 잘못된 의례문화에 기반하고 있음을 절감하고 그동안 여러 차례의 회의와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을 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거듭 심사숙고했다”며 고민 방향과 진행과정 등을 밝힌 최영갑 위원장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4가지), 술 등 9가지로 권고하는 ‘추석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하고 육류, 생선, 기타 추가여부는 가족들의 합의로 결정하도록 했다.
여기에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올림)’와 ‘조율이시(棗栗梨柹, 첫 줄의 과일을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놓음)’는 예법을 다룬 문헌에 나오지 않으며,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되며,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必簡)’고 했으므로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등을 부연설명했다.
이에 당시 주요 언론들은 ‘성균관에서 처음으로 간략한 차례상을 권고했다’ ‘홍동백서와 조율이시가 전통적인 근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근래에 보편화되었다’ ‘더 이상 명절에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등의 내용에 주목하고, 자극적인 표현의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일반 국민과 유림들로부터 ‘더 일찍 이런 발표를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했으니 다행이다’ ‘우리 유교와 유림도 변해야 한다’는 등의 뜨거운 격려와 환호를 받았고,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등 성균관과 긴밀한 위치에 있는 정부 기관의 관계자들로부터도 ‘국민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일을 진행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등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원을 받게 된 후에는 한 번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범위를 의례 전반으로 넓혀서 국민과 함께하는 유교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조 속에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올해 1월16일 오전 11시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열고, ‘설 차례 간소화 진설도’ ‘차례에 대한 주요 논쟁 정리’에 관한 자료와 함께 부쩍 높아진 관심도에 따라 현장을 방문한 연합뉴스·조선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채널A·뉴시스·뉴스1·EBS·세계일보·한국경제·서울경제·아시아경제·이데일리 등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남녀가 절하는 시범을 보이고, 남녀의 공수(拱手, 공경의 뜻으로 두 손을 마주 잡아 예를 표현함) 자세가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했다.
앞서 열렸던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에 불참했다가 명절을 앞두고 가장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으로 부각된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기자회견에 대거 참석한 기자들은 사진을 잘 촬영하기 위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게 하고, 질문을 거듭하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조금이라도 다른 언론사보다 더 빠르고, 더 독창적인 기사를 보도하기 위해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을 훨씬 넘겨서까지 최영갑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정보를 얻으며 취재하는 열띤 모습이 연출되었다.
이때는 차례의 간소화뿐만 아니라 앞서의 추석 기자회견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언론사마다 다양하게 강조되고 소개되어 ‘명절을 앞두면 으레 성균관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확산되었다.
이런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예년보다 빨리 다가온 올해 추석명절을 앞두고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좀 더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를 거쳐 오는 10월이나 11월에 차례만이 아닌 제례 전반에 대한 내용으로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미 두 번의 경험을 통해 ‘명절을 앞두면 국민들이 차례 등 유교에서 비롯된 의례에 관심을 가지므로 당연히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장으로부터 좀 더 심화되고,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기자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이번에는 특별한 발표가 없었는데도 먼저 인터뷰를 요청하는 모습이 전개됐다.
게다가 따로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 서울경제, SBS, 영남일보, 뉴스1, 조세일보, 오마이뉴스, 한겨레, JTBC, 이투데이, 문화일보, 뉴제주일보, 중부일보, 국제신문 등의 언론사에서도 2022년 9월5일의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과 2023년 1월16일의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의 내용을 인용보도하며 언론소비자인 독자와 시청자들의 변화된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런 흐름에 대해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장은 “국민의 관심이 커지니 언론의 반응도 빠르고, 대통령실과 문화체육관광부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올해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제례 간소화에 대한 보다 과학적이고 정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차례와 제례를 간소화하는 과정은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상호존중과 협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고,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하며, 『주자가례』 통례에서도 ‘속절(俗節, 세속의 절일)에는 시절 음식을 올린다(俗節則獻以時食)’고 했던 것처럼 정성으로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 명절이 되면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해외나 국내 여행을 다니며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니 그들을 비판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차라리 여행지에서 간단하게라도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도록 권고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유교를 믿는 유림은 되도록 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일반 국민은 형편과 사정에 맞게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모색할 것이다”라며 그동안의 과정과 향후의 방향성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