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3년 전 추석은 햄릿의 고뇌만큼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당시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추석에 장거리 이동 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 ‘이동 벌초 및 추석 명절 모임을 금지해주세요’ 같은 상소(上疏)가 줄을 잇고 있었다. 백신이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족 대이동은 감염병의 전국적 확산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불안이 팽배했다.

코로나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모이지 않는 것이었다. 방역 당국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고 외쳤다.

그런데 한국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은 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성균관 의례 정립 위원회는 그 결과물로 2022년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 간소화’ 캠페인에 나섰다. 과일(밤, 사과, 배, 감)과 삼색 나물, 구이, 물김치, 송편, 술 등 여섯 가지만 올린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한 것이다. 그 기사의 제목은 ‘추석 차례상에 전 안 부쳐도 됩니다’였다.

성균관이 만든 추석 차례상 표준안.
 
성균관이 만든 추석 차례상 표준안.

그뿐만이 아니었다.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는 예법을 다룬 옛 문헌에도 없는 표현이라고 했다. 퇴계 이황의 집안에서는 차례상에 간소하게 술, 과일, 포만 올린다고? 과일의 가짓수는 가족이 상의해 정하면 된다고? 피자나 와인 같은 외국 음식을 올려도 된다고?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뀐 것은 아니지만, 명절에 관행적으로 차례를 지내온 뼈대(?) 있는 집들에서는 꽤 큰 충격을 받았다.

 

차례상 간소화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혁명이었다. ‘아무튼, 주말’이 만난 최영갑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명절에 가족이 잘 모이지도 못하다 보니 차례를 지내는 집이 크게 줄었고, 이대로 가면 차례라는 전통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고생하신 며느님들 (개혁이) 너무 늦어 죄송하다”며 사과도 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다. 이번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내년 설에는 가족 여행을 떠나도 좋다. 조상을 기리며 후손들이 친목을 도모한다면 만사 OK다.

유전적으로 보면 우리 세포들에는 약 2만개의 같은 유전자가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있는 세균의 유전자는 2000만 개에 달한다(빌 브라이슨의 책 ‘바디’). 그 관점에서 인간은 대략 99% 세균이며 ‘나’는 겨우 1%에 불과하다. 미생물 주제에 혁명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절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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