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도회총본부 최영갑 회장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최영갑 회장

“유교는 ‘꼰대’ ‘고리타분함’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게 우선 차례(茶禮)와 제사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설문 조사를 거쳐 곧 발표하겠습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최영갑(59)씨는 18일 간담회를 갖고 ‘유교 현대화’ 구상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달 제25대 회장으로 추대돼 19일 취임한다. 그는 “성균관은 공자님 등의 위패를 모신 문묘(文廟)를 수호하고 성균관대학교는 교육을 담당하며 성균관유도회총본부는 교화와 대국민 사업을 맡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첫 사업으로 차례·제사 간소화를 계획하는 것은 차례와 제사가 스트레스와 가족 불화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 그는 “차례나 제사에 몇 가지 음식을 차려야 한다거나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 상차림 예법은 어떤 책에도 없다”며 “조상의 제사를 모시는 기준도 고려 말엔 3품 이상 관리만 3대(代), 조선 성종 때 ‘경국대전’에서도 고조부까지 모시는 사대봉사(四代奉祀)는 3품 이상 관리만 해당됐다”고 했다. 제사 풍속이 변한 것은 조선 말.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너도나도 양반처럼 고조부까지 제사를 모시고 음식 가짓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제사의 원래 취지는 잊힌 채 번거롭고 귀찮고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퇴계 등 종가의 제사 음식도 가짓수가 많지 않다”며 “일반 가정의 차례나 제사 음식은 밥, 국, 과일, 나물, 포와 술 등 10가지 내외로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도회총본부는 일반 국민과 유림에 대한 설문 조사를 거쳐 차례와 제사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유교의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무형문화재처럼 모시는 제사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반 가정의 제사는 간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훈장이던 외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 유학과를 나와 동양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 기획처장·교육원장, 유도회총본부 사무총장, 한국서원연합회 사무처장 등 유교 관련 단체의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N세대를 위한 유교철학 에세이’ ‘숟가락 먼저 들면 왜 안돼요’ 등 저서를 통해 유교와 사회의 만남을 시도해온 학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