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오를 많은 음식 가짓 수와 비용 부담 등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가정이 적지 않은 가운데 국민 10명 중 4명은 차례문화 중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 음식의 적정 가짓 수로는 10명 중 5명이 5∼10가지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상 차림이 명절 스트레스의 한 요인인 점을 감안, 송편과 나물, 구이(炙), 김치, 과일, 술을 기본으로 육류와 생선, 떡을 추가하는 9가지 정도의 차례상 표준안을 제시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영갑 위원장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 불화가 초래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유교의 중추 기구인) 성균관에서 ‘의례정립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인식 조사와 9차례 회의를 거쳐 ‘차례 표준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한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남녀·세대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앞으로도 잘못된 유교의례 문화를 바로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균관의례정립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7월 28∼31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제례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차례상 간소화’(40.7%)를 꼽았다. 이어 ‘정성’(19.1%), ‘남녀 공동참여’(19.0%), ‘전통을 지킴’(9%) 등 순으로 답했다. 차례 음식의 적당한 가짓 수를 묻는 질문에 ‘5~10개’(49.8%)란 응답자가 제일 많았고, ‘11∼15개’(24.7%), ‘16∼20개’(11.3%), ‘20∼30개’(3.2%) 등이 뒤를 이었다.
성균관 측은 “유림 관계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서도 차례상 간소화 응답율이 41.8%로 가장 높았다”며 “적정 음식 수의 경우 11∼15개(35.0%)가 적당하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다.
적정 차례 비용에 대한 응답자 비율은 10만원대(37.1%), 20만원대(27.9%), 10만원 미만(16.0%), 30만원대(10.4%), 40만원 이상(5.6%) 순이었다.
이에 성균관의례정립위는 송편, 나물, 구이(炙), 김치, 과일, 술을 기본으로 육류, 생선, 떡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또 기름에 지진 전은 사용하지 않고, ‘조율이시(棗栗梨柹,왼쪽부터 대추·밤·배·감 순서로 놓는 것)’나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 것)’는 어떤 예서(禮書)에도 없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예의 근본정신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大禮 必簡)’고 돼 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 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차례상 표준안은 참고용이니 만큼 각 가정에서 합의해 차리면 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