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차례상의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개면 족하다. 성균관이 내놓은 ‘국룰’이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성균관이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담은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여기에 좀 더 욕심낸다면 육류, 생선, 떡을 올려 음식 가짓수는 최대 9가지로 안내하고 있다. 명절 음식 노동을 불러오는 대표적인 메뉴가 보이지 않는다.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차례상의 원칙으로 여기는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등에도 연연하지 않고 음식을 편하게 상에 차리면 된다고도 했다.
성균관유도회총본부회장인 최영갑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은 차례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번 추석 차례상 표준안 발표가 가정의례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갈등, 세대 갈등을 해결하고 실질적인 차례를 지내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앞서 성균관이 지난 7월 28∼31일 20세 이상 일반 국민 1천명과 유림 7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반 국민(40.7%)과 유림 관계자(41.8%) 모두 차례를 지낼 때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꼽았다. 또한 차례를 지낼 때 사용할 음식의 적당한 가짓수로는 국민 49.8%가 5∼10개, 24.7%가 11∼15개를 꼽았다. 이번 간소화 방안은 이같은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