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원들의 생각과 판단 기준은 시대마다 변화되어 왔으나 현재의 법률과 보편적 상식에 따른 적용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다소간의 논란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법치국가가 되어야 하며, 이때의 법은 그 내용이 명확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월 27일 헌법재판소가 ‘8촌 이내 근친혼을 금지한 현행 민법에 대해 5대 4로 합헌이지만 이를 위반한 혼인을 무효로 하는 민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니 2024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판결한 것은 그 모호성과 책임회피의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야기한다.
우리는 이미 1997년 동성동본인 혈족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민법 809조 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경험한 사실이 있다. 이후 2005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동성동본 금혼 조항은 근친혼을 금지하는 규정으로 변경된 바 있다.
8촌은 고조할아버지를 공통 조상으로 한 자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최소한의 혼인금지를 규정해왔다.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 5대4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합헌이 결정되면서 간신히 유지하게 되었다.
이에 우리 유림들은 ‘혼인은 소중한 것이니 함부로 하면 안 된다’거나 ‘조상 고유의 문화이니 훼손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보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애매한 기준은 자칫 커다란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고, 점점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나라 모습에서는 사회에서 지도자급의 위치에 있는 어른들이 책임을 다하는 자세로 만사에 임해야 함을 강조한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확대하여 허용할 것인가?’와 ‘공공의 영역을 어디까지 제한하여 사회의 안녕과 국가의 보존을 도모할 것인가?’가 종종 충돌하고 갈등이 생기지만 ‘구성원 다수가 동의하고 바라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진행’하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유림은 사회의 기준이 되는 기본적인 규범은 한두 번의 판결이나 정부의 발표 등으로 갑자기 달라져서는 안 되며, 충분한 검토와 사회 구성원 다수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변경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고 본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후손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애매한 판결이 나오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전통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지켜온 규범과 가치에 담겨있는 본질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혼인 금지의 범위는 그 나라의 문화, 제도와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비록 동성동본금혼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8촌 이내 혼인은 금하고 있다. 지금도 국민 대부분이 8촌이내 혼인은 하지 않고 있다. 8촌이 무너지면 4촌도 무너질 것은 뻔하다. 우리가 우수한 민족임을 찾는 것은 외국 사례를 추종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법이란 바꾸기는 쉽지만 함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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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유도회총본부] 헌재의 ‘8촌 이내 혼인 금지’ 결정에 대한 성명서
작성일 : 2022-10-31 09:01 
